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메시나 음바페 같은 독보적인 슈퍼스타 없이도 정상에 오른 스페인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비결을 면밀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 없이도 완성된 스쿼드 뎁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팬들이 놀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카르바할, 아센시오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 소속 스페인 선수가 명단에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럽 클럽축구를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완전히 배제된 대표팀이 ESPN의 월드컵 파워 랭킹 1위, 베팅 업체 우승 배당률 1위, 옵타 슈퍼컴퓨터 우승 확률 17%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축구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핵심은 이번 스페인 대표팀이 거의 더블 스쿼드 수준의 뎁스를 갖췄다는 데 있습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아 부상 대응이 유연하고, 포지션별 조합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골키퍼 포지션만 보더라도 주전 우나이 시몬이 빠지더라도 프리미어 리그 골든 글러브 수상자인 다비드 라야, 바르셀로나 소속의 주안 가르시아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풀백에는 쿠쿠렐라와 마르코스 요렌테가 주전으로, 그리말도와 페드로 포로가 백업으로 포진했습니다. 센터백 라인에서는 라포르트와 쿠바르시를 필두로 에릭 가르시아까지 빌드업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자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황금세대를 떠올리면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비야, 토레스, 파브레가스, 푸욜, 피케, 라모스, 카시야스처럼 당대 최고의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포지션마다 즐비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은 로드리와 야말 정도를 제외하면 그러한 슈퍼스타 군단의 느낌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누가 나오더라도 같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팀, 이것이 현재 스페인 대표팀이 가진 가장 무서운 경쟁력입니다.
특히 중원 미드필더진의 뎁스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발롱도르 위너인 로드리를 중심으로 페드리, 가비, 파비안 루이스, 수비멘디, 메리노, 올모까지 현대 축구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기술, 탈압박, 활동량, 전술 이해도를 모두 최상급으로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역삼각형 미드필더 조합이나 로드리를 활용한 더블 볼란치 조합까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결정적인 이점이 됩니다. 여기에 이번 대표팀에는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 팀 케미스트리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이 결승골을 넣는 순간>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완성한 전술 혁신과 선수단 결속
스페인 하면 많은 사람들이 티키타카를 떠올립니다. 짧은 패스를 끊임없이 이어가며 극단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술입니다. 실제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당시 스페인의 평균 점유율은 66%를 넘었고, 유로 2012 우승 때도 60%를 상회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후 현대 축구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점유율 74%를 기록하면서도 러시아에 승부차기로 패했고, 유로 2020에서는 평균 점유율 67%에도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전에서 점유율 82%를 기록하면서도 역전패를 당했으며, 모로코와의 16강에서는 77%의 점유율에 1,000개에 가까운 패스를 기록하면서도 유효슈팅 단 한 개를 기록하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당시 비판 언론들은 "스페인은 골을 넣으려고 축구하는 게 아니라 볼 점유를 하려고 축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한 것이 바로 데 라 푸엔테 감독 체제입니다. 데 라 푸엔테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점유 강박에서의 탈피입니다. 빠른 전진성, 강한 전방 압박, 측면 윙어들의 활용 극대화, 이 세 가지를 핵심 전술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유로 2024에서 스페인의 평균 점유율은 58%까지 내려왔지만 경기력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점유율 46%로 3대 0 완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을 잡으면 최대한 빠르게 전진하고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의 스피드를 측면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감독으로서 데 라 푸엔테의 또 다른 강점은 선수단 관리와 내부 결속력입니다. 유로 직전 스페인 축협의 분위기가 협회장의 시상식 키스 논란과 부정부패 의혹으로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데 라 푸엔테는 공개 사과와 정면 돌파를 선택해 빠르게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라민 야말에게는 과도한 인터뷰와 미디어 노출을 줄여주며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었고, 유로 기간 중 야말의 숙제와 온라인 수업까지 챙기며 인간적인 유대를 쌓았습니다. 가비의 큰 부상 때는 밤새 직접 연락을 취하며 멘탈 케어를 해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데 라 푸엔테가 스페인 19세 이하, 21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까지 오랜 기간 지도하면서 페드리, 올모, 파비안 루이스, 메리노, 시몬 등 현재 주전 선수들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 역시 감독의 축구를 몸으로 이미 익히고 있어 국가대표팀임에도 클럽 팀 수준의 조직력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이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4강에 올린 원동력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감독이 선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선수들이 감독을 절대적으로 믿는 구조, 그 결속이 팀 전체의 역량을 배가시킨 것입니다.
위닝 멘탈리티와 유리한 대진이 낳은 우승의 완성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재능만큼이나 흔들리지 않는 팀 분위기와 정신적 안정감이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현재 스페인 대표팀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위닝 멘탈리티입니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은 유로 2024 우승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지만 이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팀이라는 사실은 압박감이 극도로 높아지는 결승 토너먼트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현재 스페인은 경기 흐름이 꼬이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이나 잉글랜드처럼 최근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팀들과 비교했을 때 스페인의 가장 뚜렷한 강점으로 꼽힙니다. 선수단의 이름값으로만 보면 브라질이 더 화려하고 잉글랜드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조직력의 안정성과 위닝 멘탈리티에서는 현재 스페인이 앞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대진과 환경적 요소도 스페인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스페인은 H조에 배정되어 우루과이, 카보베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했습니다. 우루과이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전성기만큼의 압도적인 전력은 아니며, 나머지 팀들과의 전력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이 덕분에 스페인은 조별 리그에서 체력 안배와 로테이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 1위를 차지할 경우 프랑스나 잉글랜드 같은 최상위 팀과의 맞대결이 준결승 이후로 미뤄지는 대진 구도도 형성되었습니다. 카보베르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두 경기를 애틀랜타 벤츠 스타디움 돔구장에서 연속으로 치름으로써 이동 거리 부담도 최소화했습니다. 북중미 월드컵이 이동 거리, 기후, 고지대 등 체력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이점입니다.
측면의 파괴력도 우승의 핵심 요소입니다. 라민 야말은 전 세계 최고의 재능으로 측면 1대 1 상황에서 야말보다 뛰어난 선수를 꼽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미 유로 2024에서 만 16세 나이로 도움왕과 플레이어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우승의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반대편 왼쪽에는 니코 윌리엄스가 정상 컨디션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윙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전방 9번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지적되지만, 오야르사발이 대표팀에서 2020년 이후 11경기 11골 6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과를 냈고, 페란 토레스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메리노가 유럽 예선에서 6경기 6골이라는 놀라운 결정력을 보여주며 고정된 스트라이커 없이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공격 구조를 뒷받침했습니다.
과거 스페인 대표팀을 항상 따라다녔던 레알 마드리드 대 바르셀로나, 카스티야 대 카탈루냐라는 파벌과 지역 감정의 갈등도 현재 세대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 같은 이민자 배경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훨씬 개방적이고 유연한 팀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MZ 세대가 주축인 만큼 선수들끼리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문화가 토너먼트 내내 팀의 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