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꿈꾸는 학생선수에게 '공부냐, 축구냐'라는 이분법적 선택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 주제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축구를 한 선수가 프로에 입문하는 확률은 3% 내외에 불과한 현실에서, 나머지 97%의 학생선수가 진로를 잃지 않으려면 학업 병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왜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학생선수 정책은 지난 십여 년 사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대회와 전지훈련으로 인해 정규수업을 빠지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운동선수에게 학업은 사실상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다름 아닌 학생선수 자신이었습니다. 운동을 중단했을 때 학업 공백으로 인해 취업도, 대학 진학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사례가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위한 학습권 보장제 도입」을 발표하며 최저학력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선수에게는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일정 조건 하에 경기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제도도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현재 2026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선수의 대회 및 훈련 참가로 인한 출석인정 결석은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 범위에서 인정됩니다. 국가대표 활동이나 전국체육대회 등에는 별도의 예외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또한 수업 결손 보충을 위한 온라인 학습 시스템인 'e-School'을 운영하며 학생선수가 운동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2025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된 Ha, S. J.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학생선수들은 입시 중심의 교육문화와 엘리트 스포츠 중심의 문화 사이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데 구조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학생선수, 코치, 부모, 교사 등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축구를 하면서도 자신의 취미를 살려 기술을 배우거나 공부를 병행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을 지도하는 선생님, 진학지도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권 보장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중경력(Dual Career) 시스템, 한국 학생선수에게 맞는 설계란 무엇인가
최근 스포츠 연구에서는 학생선수의 운동 경력과 학업 경력을 동시에 준비하는 개념을 'Dual Career', 즉 이중경력이라고 부릅니다. 2022년 Journal of Hospitality, Leisure, Sport & Tourism Education에 발표된 이중경력 연구 동향 분석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학업적 훈련과 제도적 지원이 학생선수의 이중경력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독일의 연구도 주목할 만합니다. 독일 엘리트 스포츠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German Journal of Exercise and Sport Research, 2023)에서는 스포츠와 높은 수준의 학교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확인하면서도, 이중경력 지원 프로그램이 중요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NCAA 시스템에서도 이중경력의 철학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NCAA Division I에 진학하려는 선수는 NCAA가 인정하는 16개의 핵심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핵심과목 GPA 2.3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공부 못하면 축구 못 한다"는 처벌적 구조가 아니라, "선수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학업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입니다. 선수의 운동 경력이 끝난 이후에도 대학 교육이라는 경로를 보장해주는 장치인 것입니다.
이중경력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공부하라'는 요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학교, 코치, 부모, 교육기관이 함께 지원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수업 참여를 원칙으로 하되, 대회나 훈련으로 발생한 학습 결손을 e-School 등 온라인 학습으로 보충하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성적 목표를 요구하기보다 개인별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운동 제한이라는 벌보다 학습 지원을 먼저 제공하고, 반복적인 학습 거부가 있을 때에만 단계적으로 운동 참여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 교육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더 효과적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축구를 한 선수가 프로축구에 입문하는 확률이 3% 내외임을 감안하면, 이중경력 지원은 나머지 97%의 학생선수가 선수 경력이 끝난 이후에도 실업자 신세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합니다. 이중경력은 선수에게 실패를 대비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전략적 설계입니다.
한국형 학생선수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요? 미국식 엄격한 학업 기준 적용도, 남미식 축구 집중 방식도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시스템은 대학 스포츠가 선수 성장 경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 위에 설계되어 있고,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많이 배출되는 것은 교육제도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축구의 생활문화, 인구 규모, 프로리그 구조, 유소년 아카데미, 해외 스카우팅 네트워크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프로축구 아카데미를 연구한 최근 논문에서는 아카데미 선수들이 축구 기술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모든 유소년 선수가 프로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며, 좋은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프로선수를 만드는 동시에 프로선수가 되지 못해도 실패하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한국형 학생선수 이중경력 시스템입니다. 그 핵심 원칙은 분명합니다. 첫째, 정규교육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둘째,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합니다. 셋째, 성적이 낮은 학생을 벌주기 전에 먼저 지원합니다. 넷째, 축구를 교육의 도구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 통계를 활용한 수학, 경기 분석을 통한 데이터 교육, 영어를 활용한 해외 축구 자료 읽기, 스포츠 과학과 생리학, 스포츠 심리학, 영상 편집 및 미디어 교육, 스포츠 비즈니스와 마케팅 등 축구와 연결된 학습을 설계하면 공부가 축구의 반대편이 아니라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는 경우까지 준비합니다.
현재 확대 중인 고교학점제 역시 이러한 한국형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의 학점 이수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를 활용해 학생선수가 자신의 운동 일정과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고, 온라인 수업과 학교 수업을 적절히 조합하며, 스포츠 관련 교육을 진로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학교가 "운동선수도 일반 학생과 똑같이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생선수에게는 학생선수에게 맞는 교육과정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학생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를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프로축구 입문 확률이 3% 내외인 현실에서, 97%의 학생선수가 축구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자 사회적 손실입니다. 운동을 지도하는 선생님, 진학지도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관심을 갖고 학업과 운동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학생선수 교육입니다.
[출처]
- NCAA. Initial Eligibility Requirements / Division I Academic Requirements. NCAA 공식 자료.
- NCAA. Division II Academics. NCAA 공식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위한 학습권 보장제 도입」,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