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조용히 닫혔습니다. AC 밀란과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전설적인 주장 프랑코 바레시가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별세는 단순한 한 선수의 죽음을 넘어, 밀란과 이탈리아 축구의 한 시대가 상징적으로 마감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수비수 재평가: 프랑코 바레시가 증명한 수비의 가치
프랑코 바레시의 별세 소식을 접하며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수비수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구나"하는 놀라움과 경외감입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오랜 역사 동안 골을 넣는 공격수를 중심으로 서사가 구성되어 왔습니다. 팬들이 기억하는 영웅의 이름 역시 대부분 스트라이커이거나 미드필더입니다. 그러나 프랑코 바레시는 그 공식을 깨뜨린 몇 안 되는 수비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축구를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점을 더욱 절감할 수 있습니다. 코치는 공격수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수비수에게는 실책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지적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경험이 아니라, 축구라는 스포츠가 지닌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공격수가 골을 넣으면 그 순간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결과로 남습니다. 반면 수비수가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위협을 무력화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관중의 눈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 담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수를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볼 줄 아는 안목을 필요로 합니다. 프랑코 바레시는 바로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탁월함을 발휘한 선수였습니다. 그는 밀란에서 20년간 활약하며 구단 현대사의 모든 영광과 좌절을 함께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무적의 밀란을 상징하는 얼굴로서, 수많은 국내 및 유럽 대회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의 포지셔닝, 예측력, 리더십은 당시 수비 전술의 교과서로 평가받았으며, 이는 단순히 공을 걷어내는 것을 넘어선 지적이고 전술적인 수비 축구의 정수였습니다.
수비수로서 이처럼 높은 재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강한 인상을 경기장 안팎에서 남겼는지를 방증합니다. 그의 별세가 전 세계 축구계에서 폭넓게 애도받는 장면 자체가, 수비수도 축구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언론 조명: 왜 수비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가
프랑코 바레시의 별세를 계기로 우리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축구 미디어가 수비수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축구계 뉴스를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골을 많이 넣는 공격수들을 중심으로 홍보와 조명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롱도르 수상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이 권위 있는 상이 수비수에게 돌아간 경우는 역사상 손가락에 꼽을 만큼 드뭅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와 시장의 논리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축구 중계와 하이라이트는 기본적으로 골 장면을 중심으로 편집됩니다. SNS에서 바이럴되는 클립 역시 화려한 드리블이나 결정적인 득점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수비수의 정교한 태클이나 위협적인 침투를 사전에 차단하는 위치 선정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합니다.
현재도 한국의 김민재를 비롯한 우수한 수비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공격수 스타들과 동등한 수준의 홍보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김민재는 분데스리가와 세리에A에서 최고 수준의 수비수로 인정받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지만, 동시대 공격수들과 비교했을 때 미디어 노출과 상업적 관심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랑코 바레시의 존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도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은 수비수였습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과 함께 이탈리아 축구 역사의 중요한 장을 써 내려갔으며,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우승 멤버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비록 그 대회에서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우승 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의 존재감을 증명합니다. 이처럼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다는 것은, 그가 수비수로서 얼마나 강한 인상을 축구계 전체에 심어주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축구 레전드의 조건: 포지션을 초월한 위대함
프랑코 바레시가 진정한 축구 레전드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포지션의 한계를 초월하여 축구라는 스포츠 전체에 영향을 미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AC 밀란은 그의 별세를 통해 가장 상징적인 인물을 잃었고, 세계 축구계는 가장 성공적인 수비수 중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는 것, 즉 한 클럽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세계 축구사의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레시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입니다.
레전드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레전드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프랑코 바레시는 밀란에서 20년간 활약하며 구단 역사에 깊이 새겨진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20년이 값진 이유는 단순한 연속성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그가 팀과 함께 수많은 국내 및 유럽 대회를 제패하며 쌓아올린 승리의 역사 때문입니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AC 밀란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라, 세계 축구의 기준이었으며 바레시는 그 시대를 이끈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레전드는 경기장 밖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과 함께한 그의 여정, 특히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우승은 출전 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이탈리아 축구 역사의 일부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소속감과 동료애, 그리고 그 시대를 함께 숨쉰 선수라는 사실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수비수로서 이처럼 역사에 길이 남는 이름이 된다는 것은, 축구계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팀 스포츠에서 수비는 공격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프랑코 바레시의 레거시는 다음 세대의 수비수들에게, 그리고 수비수를 지도하는 코치들에게, 수비의 위대함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가르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프랑코 바레시의 별세는 축구 팬 모두에게 큰 슬픔을 안겨 주었습니다. 직접 축구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수비수가 받는 평가가 얼마나 인색한지 몸으로 알기에 그의 위대함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김민재와 같이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수비수들이 더 많은 조명을 받는 세상을 꿈꾸며, 프랑코 바레시의 영면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